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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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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오늘은 2123년 8월 15일 목요일 날씨는 온종일 맑으며 습도는⋯. 당신은 이 땅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특별한 사람이자 그에 걸맞는 특별한 운명을 지녔습니다. 당신은 선택되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핵 전쟁과 기후 위기로 멸망 직전까지 갔던 대한민국을, 지구에서 살아남아 새로운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는⋯ 특별한 사람이지요. 그러면, 오늘 기회의 땅, 아일랜드로 가게 될 오늘의 행운아를 추첨하도록 하겠습니다. 류건우-8-제타. 축하드립니다. 내일 아침, 당신은 기회의 땅 아일랜드로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짝짝짝. 축하합니다. 축하해요. 축하드립니다. 그곳에서 만나요. 행복하세요. 모든 추첨자에게 보내지는 박수 세례와 축하의 인사. 그것을 류건우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의 방에서 막 나와 축하받는 류건우의 모습을 보던 신재현의 표정은. 차마 축하하지는 못 하겠지만 이것이 관례이고 축하를 하는 것이 당연한 모습이니 하기는 하겠으나, 내 진심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신재현은 어떠한 하나의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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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그곳은 어떠한 곳인가.

겉보기에는 문헌에 기록된 2023년의 대한민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2123년,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세계는 2050년 경의 핵 전쟁을 겪고 대부분의 문명이 파괴되었다. 살아남은 것은 극소수의 사람뿐. 이곳에는 온갖 인종과 연령, 성별의 사람이 어울려 사는, 그저 인구 수가 과하게 줄어든 세계일 뿐이다. 과거 미국 국방부의 지원을 받은 메릭의 아일랜드 프로젝트가 수모로 돌아가고, 그를 본딴 것이 세계 각국에서 암암리에 생겨났다. 인간의 윤리라는 문제를 두고 들고 일어난 사람들, 그리고 더 오래 살고 싶은 권력자와 지배층은 충돌하였으며, 민간단체는 제재하지 않는 정부에 반발해 쿠데타를 일으켰고, 성공하였다. 허나 성공하기가 무색하게 짧게 끝나 사그라들 줄 알았던 열기는 곧 전쟁으로 이어졌고, 세계는 돌이킬 수 없는 결말을 맞았다. 그중 운이 좋아서, 혹은 돈이 많아서, 혹은 눈치껏 행동해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고자 하여 뭉쳤고, 그렇게 생겨난 곳이 두 사람이 있는 바로 이곳, 쉘터다. 이전 메릭의 실패를 한 번 지켜보고 남은 자료를 연구한 소수는, 모두가 동등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살아남는 방법은 이것이라며 사람들을 설득했고, 그중 살아남은 자본가들은 필수품을 조달해 가꾸었다. 모두가 함께하여야 오래 살아남을 것이며, 어차피 이 극소수의 오염되지 않은 땅에 살 수 있는 것은 여기 있는, 전쟁 속에서도 죽지 않고 남은 우리들 뿐이니, 경쟁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생각 아래에 모두가 뭉쳤다. 그리고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으며, 모두를 화합으로 이끌었고, 그 중심에는 구 대한민국 국적의 한 젊은 남성이 있었다.

 

그리고 추첨을 통해 선택된 사람들에게는, 새로이 발견된, 그것도 오염되지 않은 땅에 살 수 있는 우선권이 주어졌다. 쉘터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추첨에는 이상하게도 반발이 일지 않았다. 사람들은 뽑혔고, 쉘터에서 나갔다. 남은 사람들은 축하를 했고, 추첨되지 않더라도 그저 웃으며 다음을 기다렸다. 언젠가, 자신도 나가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부푼 채.

 

이렇게 인류가 터전을 새로이 일구는 동안, 지구는 자정을 시작했고, 가속되던 기후위기와 모든 오염은 금세 제 자리를 찾았다. 그 사이 살아남은 사람들은 아이를 낳았고, 세대가 바뀌었으며, 여전히 이전과 같은 마음으로 뭉쳐 살았다. 종종 이단아가 행하는 무리의 이탈은 있었으나, 이제는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더이상 이탈을 반기지 않았다. 쉘터를 벗어난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쉘터 내의 사람들과 연락하지 않았다. 그의 가족들은 상심에 빠졌으나, 그리 큰 문제 없이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마침내 인류는 지구에서 생존했다.

 

다만 한 가지.

 

태어날 때부터 성인으로 태어나는 것, 그리고 지식과 기억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사람도 의문을 느끼지 못 했다. 이미 메릭이라는 사람의 선례가 있음에도, 그들에게 있어서는 이것이 그저 살아남으면서 진화한 순리라고 믿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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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 해본 적 있어요? 예를 들면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전부 거짓이라면, 그럴 때 건우 씨는 어떻게 할래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음, 이게 왜 말이 안 되는 소리지. 믿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거 나도 알아요. 지금까지 듣자마자 믿은 사람 없었거든. 저번의 어떤 사람은, 음, 내 뺨을 때렸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더라. 지금의 건우 씨처럼요. 그래도 그렇게 큰 무리수는 아니었는데 왜 그러지? 이정도면 한 번 믿어볼 만하지 않나. 아, 내가 못 미더운 거예요?”

“내가 살아온 기억이 있는데 네 말이 믿겨지겠냐? 왜, 우리 부모님도 가짜라 하지 그래. 네가 못 미더운 게 아니라⋯ 하, 됐다. 굳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렵게 살 필요가 있냐? 이렇게 살면, 언젠가 아일랜드로 가서 잘 살 수 있다는데.”

 

그 말을 들은 신재현은, 그저 웃었다. 지난 언젠가의 그가 보였던 것과 같이 의중을 알 수 없는 미소. 아니, 어쩌면 답을 알고 이해하고 있음에도 외면하고 싶은 마음에 모른다고 생각했었을지도. 너 또 그렇게 웃네. 음? 이렇게라니. 난 지금의 건우 씨한테 이렇게 웃어준 적 없는 것 같은데. 지금의 건우 씨. 지금의 나에게 웃어준 적 없다 했다. 그렇다면 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그 자식의 얼굴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그리고 신재현은 그 이후로 다시는 같은 주제를 다시 입에 올리지 않았다.

 

 

같은 주제를 올리지는 않았으나, 신재현과 내 사이는 평소와 같았다. 일어나서 간단한 건강 진단을 하고, 함께 밥을 먹고,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일을 했으며, 저녁이 되면 간단한 음료나 간식을 두고 평소처럼 이야기했다. 오늘은 언제 어떤 일이 있었다. 요즘은 뭐가 예쁘더라. 요즘은, 그 집에 누구는 어떻더라 같은 그런 평범한 나날의 이야기들. 그렇게 조용한 쉘터의 나날들이 흘러만 가는 것 같았다.

 

 

 

 

 

 

 

 

 

 

 

똑똑똑. 한밤중임을 감안해 작게 울리는 노크와 뒤이어 들어온 사람의 얼굴에 신재현은 드물게 놀란 표정을 했다.

 

“무슨 일이에요, 이 밤에. 먼저 찾아오지 않던 사람이. 내일이면 아일랜드로 가게 될 텐데, 푹 자두지 않고요. 그렇게 원했잖아요. 아일랜드.”

“너, 저번에 그 얘기. 진짜야?”

“음, 저번에 그 얘기가 어떤 이야기지. 건우 씨랑 한 얘기가 너무 많은데.”

“씨발, 진짜⋯. 만약,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전부 가짜라면 어떨 거냐고 물어봤던 그 얘기.”

“아, 그거요. 됐어요. 잊어요. 별 뜻 없이 한 거예요.”

“개소리 하네, 진짜. 내가 너를 아는데 네가 그딴 얘기를 아무 뜻 없이 했을 리가 없잖아. 사람이 바보 같냐.”

“왜요. 이제 아일랜드로 가게 되니 나랑 그 얘기, 해볼 생각이 조금 들어요?”

“해봐. 하는데, 그전에 네가 말했던 지금의 나한테는 이렇게 안 했다는 말. 그것부터 해명해.”

 

그 말 한마디를 잡고 늘어지니, 신재현이 다시 그때의 표정을 지었다. 의뭉스러운 표정, 대체 저 머리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그런 표정.

 

“아, 그게 궁금했구나. 그거요, 음. 말해주면, 믿을 거예요?”

“들어보고.”

“난 확신이 있어야 말할 것 같은데.”

“믿는다고. 말이라도 해봐. 이제 나도 혼란스러우니까.”

“당연히, 지금의 건우 씨한테는 그때의 그 표정이 처음이 맞아요. 난 누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내가 의도적으로 잊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면 잊지 않고 다 기억하려고 하니까. 그럼에도 건우 씨가 기억을 했다⋯ 라는 건, 음. 어떻게 보면 전생인가? 같은 DNA를 공유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누구랑 DNA를 공유하는데.”

“건우 씨의 원본. 그리고 류건우-8-제타의 이전 버전들. 이름 뒤에 붙는 숫자에 대해서, 궁금해해본 적 없어요? 왜 붙는지, 그 의미는 뭔지.”

“⋯ 생각 안 해봤는데.”

“건우 씨는 어떠한 곳의 류건우의 DNA를 토대로 만들어진 클론이에요. 제타는 건우 씨가 어떤 버전의 클론인지, 8은 몇 번째로 만들어졌는지를 의미해요. 그러니까 내 눈 앞에 있는 건우 씨는, 제타 버전의 8번째로 만들어진 류건우의 복제라는 의미죠. 나한테 이런 걸 알려준 것도, 원래는 건우 씨였어요. 음, 아니지. 류건우-1-알파라고 불러야 하려나. 이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내 앞의 건우 씨만 이전 클론의 기억⋯이랄지, 기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이상하네. 여태 그런 적은 없다고 들었는데.”

 

신재현의 말을 들으면서, 류건우는 표정을 갈무리하지 못 했다. 그러니까, 내가 복제인간이라고. 그런 건, 백 년 전에 다 끝나지 않았나. 그런데 너는 어떻게 그런 걸 아는 건데.

 

 

 

 

 

말했잖아요. 나는 건우 씨한테 들었다고.

혹시 모르지. 그 건우 씨가 이 쉘터를 최초로 만든 사람일지.

기억 안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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